책 표지

메리 올리버를 알게된 건 어떤 인터뷰로 이루어진 방송에서 였다. 직접 자신의 시를 읽어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작은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보통의 날들이 얼마나 완벽한 날들인지, 그리고 모든 순간 순간 일어나는 현상들이 얼마나 신비로운 일들인지 깨닫게했다. 예전에는 자연과 가까이 지내는게 당연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당연하게 묘사되는 주변 자연환경이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이제는 시간을 내서 찾아 가지 않는 한 빌딩 숲에서의 삶에서는 더욱 더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highlights

흐름 이 광대함, 이 변화무쌍한 초록과 파랑의 큰 가마솥은 지구의 거대한 궁전이다. 이 안에 모든 게 있다. 괴물들, 악마들, 헤엄치는 천사들, 물가에 선 우리와 주저 없이 시선을 교환하는 부드러운 눈빛의 포유동물들. 배와 함께 가라앉거나 배에서 짐을 내릴 때 떨어진 것들, 과거 수십 년, 수백 년 전 인공물들. 바다 밑에서 분출한 용암 덩어리들, 해조류 숲과 산호 선반, 그리고 너무도 많은 다른 비밀들, 고래들이 기억에 담았다가 충실히 암송하는 소리들, 돌고래들의 언어. 그리고 무수함 그 자체,무수한 종류와 수의 상어, 물개, 벌레, 식물, 온갖 물고기들 - 대구, 해덕대구, 황새치, 남방대구, 라벤더 둑중개, 치즐마우스, 골드아이, 복어, 참돔, 스타게이징 미노. 우리가 이미 낙원에 살고 있다는 걸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그렇게 우리는 오후 동안 바다 생물이 된다.뱃전에 기대앉아 물에 손을 담그고 있으려니 몸이 공기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땅에서는 엄청난 무게가 우리의 어깨를 찍어 누른다. 중력이 우리를 집에 머물게 한다. 하지만 물에서는 무게를 벗어던지고 미끄러지듯 날아간다. 우리는 하나뿐인 흰 날개에 바람을 가득 안은 날씬한 바닷새의 승객들이다.

이날 물 위를 미끄러져 나아가는 내내, 다른 많은 날들에도 그랬듯이 작은 노래 하나가 내 마음에 흐른다. 음악적이라 노래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냥 말들이다. 이상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하나의 생각이다. 사실 그런 오후에 그ㅁ런 생각을 안 한다면, 머리와 몸에 그런 음악이 흐르지 않는다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그 말들은 이렇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 건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난 그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세상에 주어야 할 선물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숲속의 새나 산언덕 위의 여우는 사소한 것을 위해 중요한 것을 포기하는,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다. 그들에게도 습관은 옷 같은 것이며 사실상 신체 생활의 구조 그 자체다. 생명 유지를 위해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하는 것이다. 짝짓기, 둥지 만들기, 가족 부양하기, 이주, 겨울에 더 따뜻하게 무장하기, 이 모든 일들이 제때에 정성을 다해 이루어진다. 이 일들에는 생명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장난스러움, 우아함, 유머도 들어 있지만 말이다. 또한 나무는 잎을 억제하지 않고 때가 되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돋아나고 스르르 떨어지게 한다. 물도 어느냐 마느냐를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다. 온도의 법칙에 맡긴다.

우리 삶의 양식은 우리를 보여준다. 우리의 습관은 우리를 평가한다. 우리가 습관과 벌이는 싸움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꿈들을 말해준다. 나는 헌신과 유머, 둘 다에 진지한 여우가 되고 싶다. 기나긴 겨울에 대비해 육중한 문을 닫는, 용감하면서도 순응할 줄 아는 연못이 되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빛나는 삶에, 순백의 행복에 도달하지 못했다. 아직은.

만일 당신이 나와 너무 똑같다면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내게 무얼 배우겠는가? 내가 사사프라스 잎을 집에 가져가면 M은 그걸 보며 감탄한다. 그녀가 내게 마을과 항구 위 하늘을 나는 기분을 이야기해주면 그 푸른길에 대한 묘사로 내 세계는 달콤해진다. 우리의 서로 다른 흥분을 접하는 건 함께하는 삶의 또 다른 선물이다.

어쨌거나 나는 학교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우리의 유일하고 무한한 신성을 암시해주는 건 언제나 자연계, 열리지 않은 무수한 샘들이었다. 자신이 축복받은 존재임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아는 그런 상태에서는, 그늘에서 햇살 속으로 움직이기만 해도 그 생명의 열기를 느낀다. 나는 모든 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연못가에 누워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철썩이는 바닷가에서 한 시간을 보내는 건 기회들의 향연이다. 아침마다 소란과 고요가 결혼하여 빛을 만든다. 태양이 장밋빛 자두처럼 떠오른다. 물에서 떠도는 새들이 돌아본다. 이따금 바람도 돌아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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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에는 혼자 있는게 중요했다. 고독은 잎과 빛, 새소리, 꽃, 흐르는 물의 세계에 솔직하고 기쁘게 감응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그런 것들을 기회로, 그리고 물질로 이야기한다. 아이들에게 이 물질들은 아직 신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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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조화이자 생각의 친절한 매개인 미에 대한 단순한 심취에서 자연의 더 심오하고 불가해한 위대성에 대한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워즈워스)는 늘 자연계의 빛과 고요를 사랑했지만 이제 세상의 괴력과 불가사의에까지, 우리의 이해력을 넘어선 곳에 있는 뭐라고 이름 붙일 수조차 없는 그 음모들에까지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그 후로 워즈워스는 분명하고 균형 잡힌 풍경을 이룬 응결체들과 기체들의 배열뿐만 아니라 회오리바람도 찬양하게 되었다. 세상의 미와 기묘함은 기운을 돋우는 상쾌함으로 우리의 눈을 채우는 한편 우리 가슴에 공포를 안겨주기도 한다. 세상의 한쪽에는 광휘가, 그 반대쪽에는 심연이 존재한다.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그러면서도 우주는 활기차고 사무적이다. 우주가 우리를 위해서나 우리의 발전을 위해서 그 섬세한 풍경들을 보이고 괴력을 과시하고 인식을 하는 건 분명 아니다. 그럼에도 그 억양들은 우리에게 최고의 활력소가 된다. 우리가 그것들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말이다. 우주에는 빛나는 암시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든 우리 마음은 세상의 모습과 행위들을 도덕성과 용기로부터 분리할 수 없으며, 모든 관념은 실체에 표현됨으로써 그 힘이 강화된다. 우리는 나비에서 거듭거듭 초월이라는 관념을 본다. 숲에서는 무기력함이 아닌 야심을 본다. 영원히 떠나고 영원히 돌아오는 물에서는 불멸을 체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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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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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소량의 날씨를 선호한다. 아주 조금이면 된다. 최고의 날씨는 날씨가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워즈워스처럼 바다보다는 호수가, 흰 문 덮인 험한 산봉우리보다는 완만한 초록의 산이 좋다. 역사를 만드는 격력한 활동보다는 사색에 잠기고 작품을 구상할 수 있는 길고 쉬운 산책이 좋다. 나는 최고 날씨의 작고 유익한 움직임들이 좋다. 그것들은 장엄한 움직임이 아니다. 폭풍우, 사이클론, 홍수, 빙하, 산사태처럼 뉴스거리가 되고 영웅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아니다.

몇 해 전, 이른 아침에 산책을 마치고 숲에서 벗어나 환하게 쏟아지는 포근한 햇살 속으로 들어선 아주 평범한 순간, 나는 돌연 발작적인 행복감에 사로잡혔다. 그건 행복의 바다에 익사하는 것이라기보단 그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에 가까웠다. 나는 행복을 잡으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행복이 거저 주어졌다. 시간이 사라진 듯했다. 긴급함도 사라졌다. 나 자신과 다른 모든 것들 간의 중요한 차이도 다 사라졌다. 나는 나 자신이 세상에 속해 있음을 알았고 전체에 속박되어 있는 것이 편안했다. 그렇다고 세상의 수수께끼를 푼 기분을 느낀 건 결코 아니었고 오히려 혼란 속에서 행복할 수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땅이 잃은 걸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다만 합리적이고 싶을 뿐이다. 나 또한 세상으 ㅣ요구에 따라야만 한다는 걸 아니까. 하지만 기회가 너무 적다! 벌새에게 미안하다. 뱀들이 새 보금자리를 찾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새로운 방식이 통하기를 바란다. 내 기억력이 좋은 게 다행이다. 우아한 여우 발자국을 황금방울새를, 영구화를 잊지 않을 테니까. 나는 우리의 명백한, 나무로 가득한, 생물들로 활기 넘치는 세상이 무엇인지 안다. 우리의 정원과 목장과 개조물이다. 그건 우리의 학교, 법원, 교회, 묘지, 그리고 영원의 부드러운 숨결이기도 하다. 나는 세상을 사랑하기 위해 세상을 걷는다.

품위를 잃은 글은 중요성을 잃는다. 더욱이 영감을 주면서도 절도를 지키는 글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에머슨의 요령은 글의 소재는 ‘사물들’이면서도, 주제는 개념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으며 희미한 빛에 지나지 않지만 예리한 직관의 눈빛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평범한 말에 놀라운 관념을 결합했다. 그는 이렇게 조언했다. “당신의 마차를 별에 매라.” “물방울은 하나의 작은 바다다” “어리석은 일관성은 편협한 정신의 헛된 망상이다” “우리는 표면들위에서 살며 삶의 진정한 예술은 그 위에서 스케이트를 잘 타는 것이다.” “잠은 평생 우리 눈가에 머문다. 밤이 종일 전나무 가지에 머무는 것처럼” “영혼이 육체를 만든다.” “기도는 가장 높은 견지에서 인생의 사실들에 대해 숙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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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찾아오면.

삶이 끝날 때
나는 말하고 싶다
평생 나는 경이와 결혼한 신부였노라고.
평생 나는 세상을 품에 안은 신랑이었노라고.